영월 청령포는 조선의 비운의 왕, 단종이 유배되었던 장소다.
유배지로서는 꽤나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세 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한 면은 육륙봉의 깎아지른 절벽이 가로막고 있어
탈출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청령포에 들어가려면 배를 타야 한다.
요금은 어른 3,000원, 어린이는 2,000원.
강의 폭이 넓지 않아 배를 타는 시간은 5분이 채 되지 않지만,
그 짧은 이동마저 이곳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울창한 소나무 숲이 맞아준다.
그림 같은 숲길은 무더운 여름에도 시원한 공기를 내뿜으며
마치 “잘 왔다”며 인사하는 듯했다.
폭염경보도 이곳에서는 잠시 쉬어가는 듯, 청령포는 한여름의 더위를 비껴갔다.
숲속 풍경은 오히려 누군가의 유배지라기보다는
그저 평화롭고 걷기 좋은 쉼터처럼 느껴진다.
걷는 곳마다 한기를 머금은 바람이 스치고,
하늘을 찌를 듯 뻗은 소나무들은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오히려 그게 더 좋았다.
잠시 쉬어가기엔 더없이 알맞은 크기.
하지만 이곳에서 긴 세월을 보냈을 단종의 마음을 생각하면
그 답답함은 감히 헤아릴 수 없을 듯하다.
단종이 머물렀던 ‘어소’는 그 당시의 모습을 재현해두었는데,
나라의 군주였던 사람의 마지막 시간이
이토록 소박하고 쓸쓸했단 사실이 마음을 울린다.
혹시 겨울에 온다면, 그 쓸쓸함은 더욱 깊게 와닿을 것 같다.
청령포는 여름에 찾아오는 것이 가장 좋은 계절일지도 모르겠다.
그늘과 바람, 그리고 고요함이 마음을 차분히 만들어주는 곳.
영월이 품고 있는 여름의 매력은, 바로 이 청령포에서 가장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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