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옷차림이 두터워질때 쯤이면 그 이듬해에 대한 전망을 내놓은 책이나 뉴스기사 등의 컨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대표격인 트렌드코리아2020 에서는 2020년의 모습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지,
10개의 키워드를 간략 요약해본다.
1. 멀티 페르소나
Persona : 고대 그리스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일컫는다. 오늘날 심리학에서는 타인에게 비춰지는 '외적' 성격을 의미.
현대인들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가면으로 자신을 노출한다.
한 개인이 다양한 SNS 계정을 생성해 맛집, 반려견, 운동 등 각 컨셉에 맞게 운영하는 경우가 많고, 셀카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원하는 방향으로 손쉽게 연출할 수 있다.
소비를 할때에도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점심식사는 노브랜드버거, 편의점도시락 등 저렴한 것을 선호하는 반면,
커피, 패션 등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고가의 상품을 즐겨 구매할 수 있다. 이를 '야누스 소비'라고도 한다.
앞으로 개개인의 성향을 한 두가지 특성으로 정의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 질 것이다. 매 시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정체성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 마케터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이다.
2. 라스트핏 이코노미
무엇을 구매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상품을 어떻게 받을지, 상품을 접하는 마지막 순간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해진 시대다. (+이동에 들어가는 노력과 시간도 최소화해야한다.)
사형수가 집행장까지 걸어가는 마지막 거리를 뜻하는 '라스트 마일'을 차용,
트렌드2020에서는 고객에게 도달하는 마지막 순간의 만족을 극대화 하는 판매자의 행동을 '라스트핏 이코노미'라 명명했다.
1) 배송의 라스트핏 : 마켓컬리, 쿠팡 등 우리는 새벽배송과 로켓배송에 너무나도 익숙하다. 한샘은 가구도 익일배송을 해준다고 하며, 세탁특공대, 런드리고 등 빨래 대행 업계는 알아서 빨래를 수거하고 24시간 이내에 세탁물을 다시 가져다 준다고 한다.
이런 신속배송에 뛰어드는 업체와 다뤄지는 상품군이 점점 많아질 전망이라 소비자 입장에선 점점 더 편해질일만 남았다.
2) 이동의 라스트핏 : 슬세권(슬리퍼 세권), 편세권(편의점 세권) 등 주거지를 정할때 입지가 중요해졌다. 이는 집 근처에서 모든 것을 경험하려는 욕구가 반영된 현상이다.
이에 편의점은 택배수령, 의류관리기 이용 등 제공서비스를 계속 추가중이며, 아파트 상가도 단순히 슈퍼, 부동산이 입정하는것이 아니라 맛집, 문화예술오락 시설이 입점하여 그 지역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가 되기도 한다.(ex. 광교 앨리웨이)
따릉이 등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도 성업중인데 전동킥보드 '킥고잉' 이용 가능한 구역은 '킥세권'으로 불리기도 한다.
3) 구매 여정의 라스트핏 : 택배를 받아 푸르는 설레는 순간, '언박싱' 영상이 유튜브 인기장르가 된지 오래다. 제품 포장재와 상태와 디자인 등 포장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시대가 됐다. 마켓컬리는 포장재를 스티로폼, 플라스틱에서 종이로 100% 대체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히려 하고 있다.
3. 페어 플레이어
공정성에 대한 열망이 더욱더 커진다. 막내라고 잔심부름을 도맡아 할 이유는 없으며, 부도덕한 기업에겐 불매운동으로 보답한다.
공정함은 사회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자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능에 가깝다고 한다.
한국 사회의 평등 지향성이 높아지고, 경제적 풍요와 동시에 저성장 시대의 좌절감도 함께 경험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에 더해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보다 널리 표출할 수 있는 환경이 공정함에 대한 가치를 높여주었다.
직장에서의 수직적 위계질서는 예전만큼 힘을 쓰지 못하는 듯 하다. 위에서 아래로 찍어누르는 업무지시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
요즘 젊은 직원들은 ... 인사를 잘 안하고 핸드폰만 들여다 보고 있어요... 요즘 기업의 선배들이 흔히 하는 볼멘 소리다.
(그래도 기본 예의는 좀...)
4. 스트리밍 라이프
멜론, 넷플릭스 뿐만이 아니라, 화장품, 명품가방, 심지어 집까지 구독하는 시대가 왔다.
더 이상 뭔가를 소유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더 중요한 것은 경험가치.
스트리밍 라이프에서는 써보는 것, 체험해 보는 것으로 경험을 축적해 나가는 여정이 핵심이다.
우린 이미 다양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경험하고 있다.
면도기, 침대 매트리스, 꽃 등등
그런데 이 책에 소개된 주거공간 구독서비스는 놀랍다.
단순한 셰어하우스가 아닌, 카페같은 공용공간, 명상&요가 등을 할 수 있는 액티비티룸, 바비큐가 가능한 옥상 테라스 등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누려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스트리밍 라이프가 확산되는 것은
이러한 문화를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가 성장기에 누렸던 경제적인 풍요로움을 유지하기엔 자산이 부족하기 때문.
허나 돈이 없다고 지름신까지 사라지랴, 합리적인 가격으로 최대한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보면 될 것 같다.
5. 초개인화 기술
"아마존은 0.1명 규모로 세그멘트를 한다"는 말처럼 디지털 세계의 소비자는 한 명의 고객이 아니다.
단순히 제품에 이니셜을 새겨주거나 OOO고객님이라고 문자를 보내는 것을 넘어
실시간으로 소비자의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여,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예측해 이에 맞는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기술을 '초개인화 기술'이라고 한다.
넷플릭스에 들어가면 내가 좋아할만한 영상들을 상단에 보여주며,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는 "내가 좋아할 노래를 나보다 더 잘 아는 스포티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아마존의 경우 고객이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는 데이터까지 분석해서 고객이 주문할 가능성을 예측한다.
그래서 고객이 그 물건을 살때 쯤이면 물품은 이미 배송지에서 가까운 물류창에 입고되어있고 이를 통해 배송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6. 팬슈머
상품에 직접 투자하거나 제조과정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을 일컫는 말.
이제 일반인도 소액으로 손쉽게 투자가 가능해졌다. 크라우드 펀딩 덕택에
와디즈, 텀블벅 등의 플랫폼을 통해 영화, 패션잡화, 생활용품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가 가능하다.
투자를 한 개인들은 수익금으로 보상받거나, 해당 물품을 가장 먼저 써볼 수 있는 특권을 가지게 된다.
펀딩을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자발적으로 물품을 홍보하려 하기 때문에 마케팅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팬슈머 하면 아이돌을 빼놓을 수 없다.
굿즈를 제작하는 것 뿐만 아니다. 마마무의 팬클럽 '무무'는 2018년 콘서트를 앞두고 콘서트 연기를 요구했다.
콘서트 준비 기간이 빠듯하다는 것이 이유인데, 결국 마마무의 콘서트는 연기되었고 그만큼 무대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이러한 팬슈머들의 자발성은 기업 입장에서 충성도 제고와 데이터 축적 등 여러 측면에서 큰 자산이 되고 있다. 이러한 팬덤의 소유 여부는 기업의 경쟁력으로까지 볼 수 있게 되었다.
7. 특화생존
특화와 차별화는 다르다.
차별화가 경쟁자와 다르거나 새로운 기술에 가깝다면
특화는 특정한 한 소비자를 명확히 타겟팅하여 그에 정확히 맞는 제품,서비스,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신세계TV쇼핑은 '런치 쇼핑족'을 타겟으로 30분 내외의 짧은 방송시간에 30대 직장인들의 관심도가 높은 상품을 내보냈는데, 방송 한달만에 누적 시청고객 10만명을 돌파했다.
신항는행은 서울 대림동, 의정부 등에 외국인 특화 지점을 운영하며 베트남/태국/러시아어에 능통한 직원들을 배치했다.
미국의 헤어숍 '드라이바'는 머리를 감고 말려주기만 하는 샴푸-블로 매장으로 대도시 주변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타겟으로 한다. 커트도 안되고 염색도 안되고 이게 뭔가 싶지만 예약을 못할정도로 성업중이라고 한다.
더 이상 '고객만족' 만을 외치기엔 너무다 다양한 고객들의 니즈가 존재하는 세상이다.
보편적으로 괜찮은 것 보단 특정한 고객군의 확실한 만족이 더 중요한 시대다.
8. 오팔세대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신노년층 Old People with Active Lives 의 약자이자,
베이비부머 세대를 대표하는 58년생 개띠의 오팔을 의미하기도 한다.
신노년층, 5060세대가 늙은 것으로 생각이 되는가?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하며, 2 가구 중 1 가구는 성인 자녀를, 10 가구중 6 가구 이상은 노부모를 부양하는... 경제력으로 봤을땐 가장 힘쎈 연령층이다.
신기술 습득도 이미 마쳤다.
2019년 4월 한 달 기준, 국내 전체 유튜브 사용 시간인 388억 분 가운데 26%를 50대 이상이 차지했다고 밝혔다.
5060 세대라고 효도폰을 사드렸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옥션의 2014~2018 상반기 연령별 판매량 분석 결과, 50대와 60대에서 각각 130%, 171%의 증가율을 보여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모바일 쇼핑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보헤미안 랩소디, 미스트롯의 흥행의 뒤에도 오팔세대가 있다.
중장년층의 향수, 취향을 자극한 것이 제대로 들어먹혔고, 오팔세대의 폭발적인 반응은 업계에서도 주목할만할 정도였다.
9. 편리미엄편리한 것이 프리미엄이다.
편리미엄은 [1.해야 할 일에 대한 시간을 줄여줌 2. 귀찮은 일을 대신해줌 3. 얻고자 하는 성과를 극대화 해줌] 이 3가지가 핵심이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해 광고시간을 없애고,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를 통해 더 이상 주문대 앞에 줄 설 필요가 없어졌다.
집 청소, 반려견 산책 등을 제공하는 업체들도 등장했으며 쓰레기 버리기, 우채국 대신 가기 등 심부름까지 해주는 세상이다.
뿌리고 발라주기만 하면 머리감은 효과가 나는 드라이 샴푸, 물에 적셔 얼굴에 문지르기만 하면 클렌징이 완료되는 클렌징 퍼프도 출시되었다.
편리미엄이 각광받는 이유는 자기개발에 힘쓰는 요즘 소비자들의 시간을 아껴주기도 하지만
옆집이나 이웃에게 간단한 부탁도 하기 힘들어진 요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10. 업글인간자기개발을 통해 스스로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거야 뭐..
늘 어느 세대에나 있었던 일이겠지만
52시간 근무제와 워라밸의 추구로 최근 더 각광받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달리는 러닝 크루 문화가 핫하며
'버핏 서울', '슬릭 프로젝트', '주말 운동회' 등 그룹 운동 프로그램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클래스101'의 원데이 클래스로 새로운 취미를 만들 수 있으며
여행사에서도 '플로리스트 투어', '출사 여행' 등 취미와 접목시킨 패키지 여행들이 출시되고 있다.
자기개발의 단골소재 지식
전자책 구독 서비스 밀리의 서재는 런칭 2년만에 이용자가 70만명으로 증가했으며
'퍼블리'는 월 2만원 정도의 금액으로 산업별 트렌드와 현업 종사자들의 인사이트가 담긴 컨텐츠를 제공한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자신을 업글하는 사람들의 목표는 성공이 아닌 성장이다.
100세 시대에 60살만 되면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현실도 더 많은 업글인간을 등장하게 하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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