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주 여행은 계획도, 렌트카도 없이 시작됐다.
시간도 짧고, 돌아오는 비행기는 밤.
남는 시간 동안 뭐라도 해보자 싶어 무작정 거리로 나섰다.
이중섭 거리, 조금은 상업적이지만
딱히 가고 싶은 곳도, 먹고 싶은 것도 없던 우리 부부는
유명하다는 ‘이중섭 거리’를 걸어 보기로 했다.
시작은 다소 평범했다.
기념품 가게, 프랜차이즈 식당으로 꽉 찬 거리.
‘이중섭’이라는 예술가의 이름이 무색하게 상업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걷다 보니 거리는 점점 달라졌다.
올레시장 주변을 지나 바닷가 쪽으로 가자
작고 예쁜 소품샵들과 이중섭 미술관이 등장했다.
그제서야 '이중섭 거리'다운 느낌이 들었다.
미술관 근처에서 저 멀리 새섬이 보였다.
그리고 바다 쪽으로 10분쯤 더 걸으니 ‘자구리 공원’에 도착했다.
조용하고 한적한 산책길.
비수기라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어
데크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바다를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주차 공간도 넉넉해 보였으니, 렌트카를 이용해도 좋을 듯.
예상치 못한 발견, 서복 전시관
공원 옆에는 웬 중국풍 건물과 동상이 보였다.
알고 보니 ‘서복 전시관’이었다.
솔직히 전시관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저 걷다가 우연히 발견했을 뿐인데,
의외로 꽤 흥미로운 시간이 되었다.
서복은 진시황의 명으로 불로초를 찾으러 떠난 인물이다.
난 그냥 그가 떠난 후 자취를 감췄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중간 보고도 하고, 2차 탐험까지 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전시 내용도 잘 정리되어 있어서,
의외로 꽤 오랜 시간 머물게 되었던 장소였다.
정방폭포까지, 뚜벅이의 완성
전시관 바로 옆엔 정방폭포가 있다.
이왕 나온 김에 폭포까지도 자연스럽게 걸어갔다.
멀리서 봐도 웅장한 폭포.
쌀쌀한 날씨에도 볼만한 풍경이었다.
폭포 주변엔 해녀분들이 해산물을 바로 잡아 굽고 있었고,
소라 굽는 냄새가 정말 끝내줬다.
시간 여유가 있었다면,
그 자리에서 소주 한 잔 곁들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차 없이도 충분했던 하루
이 모든 여정이 렌트 없이, 도보로 가능했다.
오히려 뚜벅이로 걸었기에
서귀포의 골목과 풍경들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제주도는 아마,
이렇게 천천히, 조금씩, 자주
살펴볼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곳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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