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외관과 담백한 인테리어.
처음엔 이곳의 진가를 쉽게 알아채긴 어렵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시골 이모네 집 같은 따뜻한 분위기와
푸근한 사장님의 손맛이 느껴지는 곳.
바로 서귀포 ‘그늘집’이다.
서귀포 올레시장 초입에 위치한 그늘집은
오전 11시에 오픈, 우리는 오픈 시간 맞춰 방문했다.
매장은 1인 운영으로 보였고, 사장님 한 분이
주방과 홀을 바쁘게 오가고 계셨다.
이 집의 진짜 주인은 따로 있었다.
바로 강아지 ‘달이’.
너무나 순하고 귀엽고,
장판 위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다정하게 다가가면 얌전히 놀아준다.
솔직히 말하면, 밥 먹는 시간보다
달이랑 노는 시간이 더 즐거웠다.
우리는 흑돼지 오겹구이를 주문했고,
몸국도 먹고 싶었지만 아직 준비 중이라 아쉽게도 패스.
중간중간 보니 사장님이 주방에서 육수를 오래 끓이는 중이었는데,
그래서인지 다음번엔 꼭 몸국을 맛보고 싶어졌다.
반찬은 단출하지만 정갈하고 맛있다.
특별한 건 없어 보여도 자꾸 손이 가는 맛.
이런 부분에서 사장님의 내공이 느껴진다.
고기는 두툼하고 신선도도 만족스러움 100점.
솥뚜껑에 구워먹는 방식이라,
김치, 콩나물, 마늘까지 고소한 기름에 익혀 먹는 재미도 있다.
📝 고기 굽는 팁: 고기가 불판에 붙었을 땐 조금 더 기다리면 깔끔하게 떨어진다.
조급하게 뒤집으려 하면 오히려 고기가 찢어지기 쉽다
…난...이걸 알고 있었지만, 와이프가 재촉해서 억지로 뒤집었고
결국 사장님이 옆에서 "그냥 좀 더 놔두면 돼요~" 하셨다.
속이 다 시원했다. 😂
삼겹살을 시키면 된장찌개도 함께 제공된다.
달지도 않고 칼칼한 된장의 정석.
사진을 못 찍은 게 아쉬울 만큼 맛이 좋았다.
식사 중, 사장님이 마른 멸치와 직접 담근 밀감 고추장을 가져다 주셨다.
그냥 서비스 수준이 아니라, 이 집만의 특색 있는 매력포인트였다.
고추장은 깔끔하면서 깊은 맛이 났고,
중국산 재료가 많은 시판 고추장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믿음이 가서 결국 한 통 구매!
이 집이 정겨웠던 또 하나의 이유.
사장님이 손님과 편하게 반말을 섞어가며 소통하시다가
고추장 소개할 땐 갑자기 존댓말로 바뀌는 포인트에서 웃음이 터졌다.
게다가 셀프였던 물도 직접 가져다 주시고…
정 많고 따뜻한 분이라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귀여운 달이 보러 꼭 다시 가고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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